무료 챕터

1. 1장: "비트코인은 죽지 않아" — 금융 시스템을 깬운 단 한 줄의 코드

by leancle2025. 8. 6.

1장: "비트코인은 죽지 않아" — 금융 시스템을 깬운 단 한 줄의 코드

게임 머니인 줄 알았던 그때

처음 비트코인이라는 걸 들었을 때, 솔직히 나는 이게 온라인 게임 머니인 줄 알았다. 2009년이라니, 아이폰이 막 나오기 시작한 그 시절 말이다. 사람들이 "가상화폐"라고 부르니까 더욱 그럴듯했지. 하지만 지금와서 보니, 그 때 세상에 나타난 건 단순한 게임 머니가 아니라 화폐의 역사를 바꾼 혁명이었다.

그런데 비트코인이 왜 하필 2009년에 등장했을까? 사실 이건 그냥 운이나 우연이 아니었다. 세상이 에 대해 완전히 실망하고 있던 시기였거든.

바닷속 돌에서 태어난 화폐 이야기

인류가 처음 돈을 쓰기 시작한 건 바닷속 돌 때문이었다는 거 알고 있나? 야프섬이라는 태평양 한복판의 작은 섬에서, 사람들은 거대한 석판을 화폐로 썼다. 너무 무거워서 옮기지도 못하는 걸 말이지. 그런데 신기한 건, 그 돌이 바다에 빠져도 여전히 소유권은 인정됐다는 점이다. 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사람들의 합의에 의해 가치가 유지된 거지.

이후 인류는 조개껍질, 금, 은을 거쳐 종이돈까지 써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 가지 패턴이 있었다. 누군가는 항상 그 돈을 관리하는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왕이든, 정부든, 은행이든 말이지.

19세기 영국이 금본위제를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이제 정말 안전하겠다"고 생각했다. 금이라는 실물이 뒷받침하니까 화폐 가치가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거지. 실제로 1900년경까지는 유럽, 미국, 일본이 모두 금본위제를 택할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결국 어떻게 됐나? 1차 대전, 대공황을 거치면서 각국 정부들이 돈을 마구 찍어내며 금본위제는 무너졌고, 1971년 닉슨이 금과 달러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면서 완전히 끝났다.

왜 사람들은 은행 없이도 돈을 만들고 싶어했을까?

그럼에도 사람들은 계속 중앙기관을 믿고 살았다. 그런데 2008년이 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2007년부터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쉽게 말하면, 미국에서 집도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 무작정 집 대출을 해줘서 생긴 대참사였다. "집값은 계속 오를 테니까 못 갚아도 집만 팔면 되잖아"라는 황당한 논리였는데, 정작 집값이 폭락하자 모든 게 무너져내렸다.

2008년 9월 15일, 리먼 브라더스가 6390억 달러 규모로 미국 역사상 최대 파산을 선언했다. 하루 만에 다우지수가 4.5% 폭락했고, 전 세계가 패닉에 빠졌다. 정부는 어떻게 했을까? **"은행이 망하면 안 되니까 국민 세금으로 구해주자"**는 식으로 구제금융을 퍼부었다.

여기서 사람들이 빡친 이유가 있다. 은행들이 탐욕으로 사고를 쳤는데, 정작 책임은 일반 시민들이 세금으로 떠안게 된 거다. **"Too big to fail"**이라는 명목으로 말이지.

2008년 금융위기와 사토시의 등장

바로 그때,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2008년 10월 31일, 그는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9페이지짜리 논문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리고 2009년 1월 3일, 역사상 첫 번째 비트코인 블록(제네시스 블록)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남긴 메시지가 압권이다:

"The Times 03/Jan/2009 Chancellor on brink of second bailout for banks"

"더 타임스, 2009년 1월 3일, 은행들의 두 번째 구제금융을 앞둔 영국 재무장관"

이건 그날 런던 타임스 신문 1면 헤드라인 그대로였다.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만든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메시지였던 거지. **"정부와 은행이 또 구제금융으로 사고를 덮으려 하네. 이제 그만 다른 방법을 써보자"**는 뜻이었다.

'탈중앙화'라는 새로운 질서

사토시가 제시한 해답은 간단했지만 혁신적이었다. 중간에 누구도 끼지 않는 돈 시스템. 은행도, 정부도, 그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시스템 말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바로 탈중앙화라는 개념 때문이다.

기존 시스템은 이랬다: 내가 친구에게 돈을 보내려면 → 은행에 가서 → 은행이 확인하고 → 친구 은행으로 보내고 → 친구가 받는다. 은행이 핵심이었지.

그런데 비트코인은 이랬다: 내가 친구에게 비트코인을 보내면 → 전 세계 수천 개의 컴퓨터가 동시에 확인하고 → 바로 전송된다. 중간에 은행 같은 기관이 전혀 필요 없는 거다.

이게 바로 P2P(Peer-to-Peer) 시스템이다. 개인과 개인이 직접 거래하는 방식. 마치 야프섬 사람들이 바닷속에 있는 돌의 소유권을 서로 합의로 인정했던 것처럼, 비트코인 네트워크 참가자들이 거래를 합의로 인정하는 거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

2009년부터 지금까지 15년이 넘게 흘렀다. 그동안 비트코인은 "사기다", "거품이다", "죽었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여기 있다.

2025년 현재 비트코인은 한화로 1억 5천만 원을 넘나들고 있고,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ETF까지 승인됐다. 한국에서도 국민 5명 중 1명이 거래소에 가입해 있을 정도다.

왜 이렇게 된 걸까? 간단하다. 비트코인이 제시한 "탈중앙화"라는 아이디어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망해도, 정부가 바뀌어도, 심지어 사토시 나카모토 본인이 사라져도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계속 돌아간다. 전 세계 수만 개의 컴퓨터가 24시간 동안 거래를 확인하고 기록하기 때문이다.

정리: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돌이켜보면, 2008년 금융위기는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준 결정적 순간이었다. 그리고 사토시 나카모토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바닷속 돌에서 시작된 화폐의 역사가 금본위제를 거쳐 법정화폐로 이어졌듯이, 이제는 탈중앙화 디지털 화폐로 한 번 더 진화하고 있는 거다.

중요한 건, 이게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2025년 현재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 규모는 8천억 달러를 넘어섰고, 각국 정부들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에 나서고 있다.

"비트코인은 죽지 않는다". 왜냐하면 탈중앙화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이다. 한번 맛본 자유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법 아닌가.

다음 장에서는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온 코인의 진실을 파헤쳐보자. 지갑 없이도 코인을 쓰는 사람들, 그리고 NFT니 디파이니 하는 것들이 정말 별거 아닌 듯 대단한 기술인지 알아보자.